[머니투데이 홍정표 기자][[머니위크 커버스토리]맞벌이의 함정]
"돈이 많아야 한다."
지난해 한 구인구직 포털사이트에서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결혼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때 '결혼조건 1순위는?'라는 질문에 대해 최우선 순위로 '돈'이라고 답한 사람이 237명으로 전체의 40.31%를 차지했다. 성별로는 남자가 124명, 여자가 113명으로 남자의 응답률이 비교적 높았으며 나이별로 살펴보면 23~26살이 77명으로 20대 중반에 속하는 사람들의 답변 비율이 높았다.
또 다른 온라인 취업사이트에서 미혼 직장인을 대상으로 '맞벌이에 대한 생각'을 묻는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91.3%가 맞벌이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맞벌이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시대다. '사랑'만으로 결혼을 하는 시대가 어느덧 끝났다.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처럼 경제적 요건이 결혼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실제로 20대 기혼 직장인 10명 중 9명이 맞벌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가 없는 부부는 80% 이상이 아이가 1명인 부부는 70% 정도가 아이가 2명 혹은 3명인 부부는 60%에 가까운 사람들이 맞벌이를 하고 있다.
이처럼 맞벌이가 '일반화'된 것은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젊은 나이에 경제적인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주부들이 산업전선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결혼 전의 자기 가치를 유지하고 경제적 안정과 함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부부가 함께 돈을 벌고 있다. 부부가 함께 돈을 벌면 단순 계산으로 가정의 수입이 2배가 되기 때문에 늘어난 수입만큼 여유롭게 살 수 있다는 판단도 한몫 했을 것이다.
특히 IMF 이후 사오정, 오륙도 등 조기 퇴직이 만연한 사회에서 젊었을 때 한 푼이라도 더 벌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도 맞벌이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여성의 사회적인 역할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주부가 가사와 육아에만 전담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주부가 산업전선에 뛰어 드는 것도 사회적으로 마이너스다. 주부는 가정에 위기가 닥칠 때 이를 헤쳐나갈 수 있는 예비군이기 때문이다. 가정의 정서적인 기둥이고 좋은 선생님이고 때로는 가정 주치의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주부다.
◆외벌이에 비해 생활비 증가
하지만 외벌이에 비해 맞벌이가 수입이 커 지출에 대한 부담을 상대적으로 덜 느끼기 때문에 수익의 증가보다 지출의 증가가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은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영향(?)으로 강남에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 전체 가계 지출 비용 중에 외식비와 여가활동, 해외 여행비가 증가하는 것이 이의 방증이라 할 수 있다.
맞벌이 부부들이 사치품 구입에 돈을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먹고 입고 사는 가정생활비가 증가한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 가족과 보낼 시간이 부족한 맞벌이 부부이기에 가족과 함께 하는 생활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의미다. 가족 특히 자녀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하는 엄마들의 가장 큰 고민은 뭐니 뭐니 해도 '자녀 양육'이다. 이로 인해 아이들을 위한 육아 비용 증가 속도는 다른 어떤 비용보다 가파르게 증가한다. 아이를 돌봐 주는 놀이방, 유치원 등의 사교육비, 가정 도우미 비용, 장난감을 포함해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사주는 것에 소비되는 비용은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일에서 양육까지 도맡아야 하니 워킹맘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기 십상이다. 맞벌이 부부의 아이라고 해서 그릇되게 크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부모가 직접 키우는 아이와 다른 사람의 손에서 크는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 '엄마'가 자녀의 성장과정을 함께 하는 것이 더 좋은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자녀를 두지 않는 딩크족(DINK : Double Income, No Kids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부부) 등이 나타나고 저출산 가정도 늘고 있다.
◆계획적 맞벌이어야 성공
맞벌이의 함정은 여기에서 비로소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지금 보다 더 나은 생활을 위해서 시작한 맞벌이 생활이지만 늘어난 가정 생활비로 인해 더 이상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보다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수익의 증가 만큼 가정 생활비의 빠른 증가는 처음 목표에 다다를 수 있는 시간을 더디게 만든다는 것이다.
외벌이 가정보다 맞벌이 부부는 수익이 크기 때문에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한 대출을 빌리는 것에 있어서도 큰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수익 이내에서 대출이자를 갚으면 되기 때문이다. 또 야금 야금 늘어나는 생활비의 증가에도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늘어 봤자 두 사람의 월급을 합치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가끔 보너스도 나오니 지출을 많이 초과한다고 해서 우환이 될 수 없다고 안심한다.
하지만 맞벌이를 하다가 한쪽이 실직을 할 경우 그동안의 소비패턴이 있기 때문에 심각한 재정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지난 2004년 미국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던 엘리자베스 워런, 아메리아 워런 티아기의 <맞벌이의 함정>(The Two Income Trap)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 중 한 명이 실직하면 가계가 급속도로 위축돼 가계 파산 및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는 실제 통계가 있다.
여성이 전업주부로 역할 전담을 하고 있는 외벌이 가정보다 맞벌이 가정이 더 많은 현실에서 여성의 사회진출은 거스릴 수 없는 대세다. 맞벌이 부부가 경제적 파탄에 빠지는 것은 더 큰 사회적 문제로 전이될 수 있다.
따라서 맞벌이 부부는 맞벌이에 나선 이유에 맞게끔 경제적 조기 안정을 꾀하기 위해 재테크만큼이나 합리적인 소비가 중요하다. 지출의 통제를 통해 자산을 빨리 늘리고 외벌이 보다 빨리 늘어난 자산을 더 크게 불릴 수 있는 자산관리가 필요하다. 또 부부가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가정의 행복이라는 목표을 위해서 노려해야 될 것이다.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수많은 맞벌이 부부들이 '맞벌이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올바른 맞벌이 부부가 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홍정표기자 jp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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