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이상 올려야" 주장에 당국 "턱도 없다" 제동 작년만 반짝 흑자..가격 인하 출혈경쟁 부메랑도
(서울=뉴스1) 김영신 기자 = 자동차보험 가격 인상을 둘러싸고 정부와 보험사 간 물밑 신경전이 가열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영업손실과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나가는 보험금 비율) 상승 등을 들어 4% 이상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고 본다. 반면 금융당국은 가격 인상 자체에 시큰둥하다. 보험사들이 지난해 가격 인하 경쟁을 과도하게 벌여놓고, 올해 들어 뒷수습이 안 되자 가격을 올리려 한다는 눈총이다.
31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영업적자는 116억원이다. 흑자(연간 2243억원·상반기 266억원)를 달성했던 지난해와 정반대의 상황이다. 손해율 상승이 주원인이다. 올해 상반기 손해율은 81.7%로 전년 동기보다 4%나 증가했다.
연초 폭설·한파 등 계절적 요인으로 1분기 손해율이 82.6%까지 올랐다가, 2분기에는 80.7%로 내려갔다. 올여름 사상 최고의 폭염과 최근 태풍·호우의 영향으로 3분기 손해율은 다시 상승할 전망이다. 보험에서 손해율은 보험료에 영향을 주는 상시적인 요인이다.
손해보험사들은 올해 유독 자동차보험과 엮인 인상 요인이 많다고 말한다. 가장 큰 요인은 자동차 정비수가 인상이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시간당 적정 공임을 국산 차 기준으로 평균 2만9000원이라고 발표했다. 기존 평균 공임은 2만5000원대여서 4000원 정도 오른다. 자동차 수리비가 오르면 자동차보험의 지출도 당연히 오른다. 보험개발원은 자동차 수리비 증가로 보험료가 2%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저임금 인상 역시 새로운 변수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자동차보험에서 대인배상 보험금 지급이 늘어난다. 소득 신고를 하는 직종 외에 주부, 일용직 근로자 등은 대인배상 휴업손해비를 계산할 때 일용임금을 적용한다. 일용임금의 기준이 최저임금이다 보니 최저임금이 오르면 보험금도 증가하는 것이다. 이밖에 상급병실 건강보험 적용확대 등도 보험업계가 꼽는 보험료 인상 요인이다.
그러나 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료 인상 주장에 당국과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일단 지난해 과도하게 벌인 가격 인하 경쟁의 후유증인 측면이 크다. 중소형 보험사들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가격을 내리자, 4대 대형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가 일제히 가격 인하 행렬에 동참했다. 하위사들에 고객을 뺏기지 않고 점유율을 유지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지난해에는 손해율도 양호했던 덕에 사상 최초로 자동차보험에서 흑자를 봤다. 보험사들이 전략적으로 우후죽순 가격을 내렸다가, 올해 들어 손해율이 오르고 다시 적자로 전환하자 가격 인상을 얘기하는 것은 자승자박이라는 지적이 많다. 자동차보험은 지금까지 만년 적자였다가, 지난해에만 반짝 흑자였다. 2014년에는 적자가 1조원을 넘기도 했다. 인터넷보험 확대, 순정부품 사용확대 등 가격 인하 요인들도 있고 보험사들이 사업비를 절감할 여력도 있다고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런 점들을 지적하며 손보사들의 가격 인상 군불 때기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금융당국은 가격에 영향을 미칠 만한 여러 요인을 꼼꼼히 따져보고, 보험료 인상 폭을 최소화하도록 보험사들과 협의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2분기부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안정화하는 추세이고, 최근 태풍 솔릭도 별 영향을 주지 않아 손해율이 폭증할 것 같진 않다"며 "정비수가 조정 등 인상요인들이 아직 실제로 발생하지는 않은 만큼 당장 4% 이상의 가격 인상을 논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