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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고령운전자 "내 나이가 어때서"..젊은운전자 "후유~"
김현주입력 2017.03.31 04:59
고령 드라이버의 운전 미숙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사고 빈도가 잦아지는 추세이고, 한번 사고를 냈다 하면 많은 사상자가 발생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보통 나이가 들수록 인지반응 속도와 돌발상황에 대한 대응이 느려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짙습니다. 시야각도 젊은이는 보통 120도 정도지만, 고령 운전자는 60도로 좁아집니다. 그렇다 보니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을 못 볼 확률도 높아지게 됩니다. 고령 운전자들의 사고를 줄이기 위한 방안 마련을 놓고, 강력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의견과 이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고령 운전자들은 건강상태 등에서 개인적인 편차가 큰데, 일방적으로 무차별 규제만 강화하는 건 비합리적이라는 것이 반대하는 의견의 요지입니다. 이에 반해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만큼 안전을 위해 면허 갱신주기 등의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노년층에게 무조건 운전대를 내려놓으라고 강요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만은 분명합니다. 고령의 직업 운전자 대부분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생계형이기 때문입니다. 고령 운전자들의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는 주요한 방안 중 하나는 고령자 면허갱신 주기 단축입니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는 일반화된 제도입니다. 우리 사회에선 70세 이상을 노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면허갱신 주기를 단축해야 한다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법 개정 사안이라 국회를 통과해야만 합니다. 또 고령자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설득해야 하는 일도 과제로 남습니다. 더 나아가 세대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라 다들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입니다. 일각에서는 고령 운전자를 위한 교통환경 개선이 우선이라며, 교통 약자들에 대한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사회적 차별이라는 반론도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노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됨에 따라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몸과 마음이 따로인 것은 물론이고, 반응시간 역시 일반인보다 배 이상 길다는 게 노령 운전자의 단점이다. 신체 노화로 인지·반응속도가 늦을 수밖에 없어 순간의 실수로 대형 사고를 초래할 위험이 큰 도로에서는 자칫 '시한폭탄'으로 돌변할 우려를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미경'식 적성검사와 교통안전 퀴즈 대회 등을 통해 고령 운전자들을 위한 인프라와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사회적 문제로 대두
31일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분석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65세 미만 운전자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7.2% 줄어든 반면 65세 이상은 34.7% 늘었다.
고령 운전자를 초기(65∼69세)와 중기(70∼74세), 후기(75세 이상)로 나눠보면 후기에서는 사망자 수뿐만 아니라 발생 건수, 부상자 수 모두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중·후기의 사망자 발생 위험도를 초기와 비교할 때 교통법규 위반에서는 최고 5.5배, 교차로와 건널목에서는 3.3배, 이면도로에서는 2.8배 각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6일 경부고속도로의 대전 회덕 분기점에서 무리한 끼어들기로 4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관광 버스 사고를 유발한 차량 운전자 윤모(76)씨도 고령이었다.
윤씨는 사고 후 경찰에 "뒤따라 오던 관광 버스가 사고 난 것은 알았지만 나 때문에 난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10월 경남 창원에서는 70대 운전자가 몰던 통근 버스가 갑자기 중앙선을 넘어 신호를 기다리던 차량 3대를 잇달아 들이받아 17명의 부상자를 냈다.
지난해 6월에는 경기 고양의 전자제품 매장 주차장에서 80대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제동장치로 착각, 승용차가 매장으로 돌진한 일도 있었다.
◆인지·반응 속도 늦어…돌발 상황에 취약
대체로 고령 운전자들은 인지와 반응속도가 늦어 돌발 상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강수철, 조성근 박사가 고령 운전자의 운전 특성을 연구한 결과 돌발 상황에 대한 반응 시간이 비고령 운전자보다 배 넘게 늦은 것으로 조사됐다.
도심에서 돌발 상황이 일어나는 상황을 가정해 측정한 결과 비고령 운전자의 반응 시간은 0.7초인데 비해 고령은 1.4초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 운전자는 고속도로 내 돌발 상황에 대한 반응과 출발 반응 시간도 일반 운전자보다 17% 이상 오래 걸렸다.
이런 현실을 의식한 듯 스스로 운전대를 놓는 고령 운전자도 적지 않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1∼15년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한 5801명 가운데 65세 이상이 3789명으로 전체의 65.3%에 달했다.
면허를 자진 반납한 고령 운전자의 수는 2011년 525명에서 2015년 1400명으로, 4년 새 2.6배가량 급증했다.
◆면허 자진 반납 고령 운전자, 4년새 2.6배 ↑
상황이 이렇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 시민단체들은 고령 운전자 안전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민관 가리지 않고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그만큼 이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해부터 65∼69세의 버스 운전사는 3년마다, 70세 이상은 해마다 7가지 자격유지 검사를 받도록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이 개정됐다. 내년부터는 75세 이상 운전자의 적성검사 주기가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된다.
한 지자체는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에게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기로 했다.
기능시험이나 적성검사 때 치매 또는 인지기능 저하가 의심되는 고령 운전자가 발견되면 곧바로 인지기능 검사(MMSE-DS)를 비롯한 정밀검진을 해준다.
검사 결과를 토대로 면허시험장에서 다시 안전 1군(자가 체크리스트)과 안전 2군(인지기능 추가 확인) 등 2단계 추가 검사를 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11월1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센터에서 고령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시니어 교통안전 골든벨 퀴즈 대회'를 개최해 호평을 받았다. 이날 행사에서 고령 운전자들이 손뼉을 치며 즐거워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지난해 11월14일 서울 양재동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센터에서는 노인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이색 퀴즈 대회가 열렸다.
현대자동차그룹과 도로교통공단 등이 고령자 교통사고의 예방을 위해 작년 초부터 해 온 교통안전교육의 결산 행사로 '시니어 교통안전 골든벨 퀴즈 대회'를 마련한 것이다.
이 대회에는 전국 노인복지관의 '베테랑 교통안전 교실' 이수자 2259명 중 지역 예선을 거쳐 뽑힌 200명이 참가해 열띤 경쟁을 펼쳤다.
교통안전 표지판 종류와 의미, 노화에 따른 신체 변화, 비상 상황 발생 시 대처법 등 실생활과 관련한 문제를 풀어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 행사는 시종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 운전자들의 안전 위한 인프라 확충, 제도 개선 시급
더불어 고령 운전자의 사고를 줄이려면 시야 확보를 돕기 위한 교통표지판 글자 크기의 확대, 가로수 정리, 야간사고 다발지점 가로등 설치와 같은 인프라 확충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통안전교육 수강의 의무화, 도로 주행 추가 시험과 교육, 음주운전 가상체험, 면허갱신 및 적성검사 강화 등 제도적인 정비에 나서고, 차량 안전기술을 장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갈수록 커진다.
전문가들은 고령 운전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당장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한다. 교통안전 모니터단이나 고령 운전자 안전운전 증진 운동본부처럼 지역별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방안도 실효성이 크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