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 고령화보험 TF 구성 베이비붐 세대 720만원 은퇴 대비 가입연령 80세까지 확대방안 검토 65세 이상 위해 간병+보험서비스 혼합간병시스템 상품 도입도 연구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2년뒤 정년퇴직을 앞둔 58세 회사원 김 모씨는 회사에서 단체보험으로 가입한 실손의료보험 이 외에 별도로 가입한 실손보험이 없다. 이 단체보험은 퇴직 시 더는 보장을 받을 수 없어 새 실손보험 가입을 의뢰했으나 대부분 가입 불가통보를 받았다. 10여년 넘게 복용하고 있는 고혈압치료제와 당뇨병 치료 등으로 가입을 해도 기왕증(과거병력이나 현재 앓고 있는 질병)으로 해당 질병은 보장에서 빼고 보험료도 수십만원에 달해 가입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김 씨는 퇴직 후에도 지속적으로 이들 질병을 치료해야 하는 데다 나이가 더 들수록 병원을 찾을 일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어 하루바삐 적당한 보험료로 보장받을 수 있는 실손 보험을 찾기 위해 발을 구르고 있다.
정부가 김 씨처럼 실손보험 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인 고령자들을 위해 ‘탈출구’를 마련키로 했다. 2026년이면 한국 사회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새로운 형태의 ‘고령화 보험’을 개발해 사회 안전망으로서의 보험의 역할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일반적인 형태의 실손보험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선 적합한 보험요율 산정 등 관련 데이터 베이스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같은 기반이 미흡한 상태에서 자칫 정책성 보험으로 ‘밀어붙이기’에 나선다면 성공적인 시장 안착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퇴 이후 ‘보장절벽’ 없는 보험상품 개발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생명·손해보험협회 등은 ‘고령화보험 개발 태스크포스팀(TFT)’을 발족하고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보험상품 개발 등을 논의중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고령화보험은 기존의 고령자 보험과는 차이가 있다”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 평균수명도 늘어나고 그에 다른 보험의 보장기간과 가입연령을 확대해야 한다는 시대 변화상을 담기 위해 연구에 나섰다”고 말했다.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약 720만 명이 은퇴시기에 접어들고 2차 베이붐 세대(1965-1975년) 927만 명이 그 뒤를 잇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들이 은퇴 이후 준비가 현격하게 떨어지고 있고 이들이 보험의 필요성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가입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따라서 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고령층을 대상으로 사적보험시장에서 지원방안과 체계를 구축, 전 국민을 상대로 노후준비 지원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계획이다.
고령화보험의 핵심은 ‘나이가 많아도 가입할 수 있는 보험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은퇴 이후에도 ‘보장절벽’을 없애겠다는 얘기다. 현재에도 최고 가입연령 75세까지의 유병자보험이나 간편심사보험 등이 출시돼 있지만 보장범위가 한정돼 있고 보험료도 비싸다. 오는 4월 출시예정인 단독실손보험을 통해 일부 보장받을 수 있지만 고령자에게는 그마저 가입 문턱이 높다.
금융당국은 우선 은퇴시점에 있는 실손보험 비가입자들이 적정 수준의 보험료로 보장받을 수 있는 보험 상품개발이 가능한지 업계와 협의중이다. 가입연령을 70세나 80세 등으로 확대할 수 있는지도 타진하고 있다.
아울러 보살핌이 필요한 65세 이상 고령자를 위한 ‘혼합간병시스템’ 도입에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중이다.
‘혼합간병’이란 간병이 필요한 본인을 위해 서비스를 지원하고 보험을 적용하는 ‘간병보험’과 해당 가족을 위해 집안일을 지원하지만 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령화사회가 급진전하면서 현실적으로 국민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보험 상품과 서비스 개발을 어떻게 할 수 있을 지 다양한 방면에서 연구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효성이 관건
보험업계에서는 고령자보험이 새로운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 다만 정책성 보험형태로 시장이 형성된다면 결국 ‘퍼주기식’ 서비스와 상품으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시장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생명보험 계약건수는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60세 이상의 고령층의 계약건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지난해 60세 이상의 고령층에서는 전년대비 12.3% 성장했다”고 말했다.고령화보험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아도 보험사의 수익성이나 시장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고령자에 대한 별도의 보험판매 지침이 마련돼 있지 않아 불완전판매도 높아질 수 있어 이에 대한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정희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우리나라는 고령자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보험모집 지침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다양한 채널에 대한 전반적인 제재만을 가하고 있어 불완전 판매비율을 줄이는 데 한계점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