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종합=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고령 운전자가 연루된 교통사고가 갈수록 늘고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순간 판단력과 인지 및 반응 속도가 떨어져 고령 운전자가 직·간접 사고 원인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때로는 본인이 전혀 의도하지 않은 실수로 대형 사고를 내는 장본인이 되기도 한다.
충북 충주시 보건소와 충주운면허시험장은 최근 업무협약을 맺고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에게 맞춤형 안전운전 컨설팅을 제공하기로 했다.
두 기관은 기능시험이나 적성검사 때 치매 또는 인지기능 저하가 의심되는 고령 운전자가 발견되면 곧바로 인지기능 검사(MMSE-DS)를 비롯한 정밀검진을 하게 된다.
검사 결과를 토대로 면허시험장에서 다시 안전1군(자가 체크리스트), 안전2군(인지기능 추가 확인) 등 2단계 추가 검사를 한다.
면허소지자가 운전위험 의심군으로 판명되면 운전 자제 권고 조처와 함께 진료를 주선하기로 했다.
전북 완주군은 '어르신 운전중'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새겨진 스티커를 제작해 지난해부터 고령 운전자들에게 나눠줘 차 뒷유리에 붙이도록 하고 있다.
이 스티커는 강한 햇볕에 장시간 노출돼도 색이 잘 바래지 않고 야간에도 눈에 잘 띄도록 특수 재질로 제작됐다.
지난달 14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는 노인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이색 퀴즈대회도 열렸다.
현대차그룹과 도로교통공단 등이 고령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올해 초부터 해 온 교통안전교육 결산 행사로 '시니어 교통안전 골든벨 퀴즈대회'를 마련한 것.
퀴즈대회에는 전국 노인복지관의 '베테랑 교통안전 교실' 이수자 2천259명 중 지역 예선을 거쳐 선발된 200명이 참가해 열띤 경쟁을 펼쳤다.
교통안전표지판 종류와 의미, 노화에 따른 신체 변화, 비상 상황 발생 시 대처법 등 실생활 교통안전과 관련한 문제를 풀어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시종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현대차그룹과 도로교통공단은 교통안전 교실 수료자에게 자동차 보험료 할인 혜택을 준다. 또 특수 제작한 버스로 도서 산간 지역을 직접 방문하는 '찾아가는 교통안전교육'도 하고 있다.
정부도 고령 운전자 안전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올해부터 65∼69세 버스 운전사는 3년마다, 70세 이상은 해마다 7가지 자격유지검사를 받도록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이 개정됐다. 2018년부터는 75세 이상 운전자의 적성검사 주기가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된다.
민관 가리지 않고 고령 운전자 대책 마련에 나선 건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65세 미만 운전자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7.2% 감소한 반면, 65세 이상 운전자 사망자 수는 34.7%나 증가했다.
고령 운전자를 초기(65∼69세), 중기(70∼74세), 후기(75세 이상)로 나눠보면 후기 고령 운전자는 사망자 수뿐 아니라 발생 건수, 부상자 수 모두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
중·후기 고령 운전자는 초기 고령자와 비교할 때 교통법규 위반에 따른 사망자 발생 위험도가 최고 5.5배, 교차로·횡단보도 사망자 발생 위험도는 3.3배, 이면도로 사망자 발생 위험은 2.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6일 경부고속도로 회덕 분기점에서 무리한 끼어들기로 4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관광버스 사고를 유발한 쏘나타 운전자 윤모씨도 76세의 고령이었다.
윤씨는 사고 후 경찰에서 "뒤따라 오던 관광버스가 사고 난 것은 알았지만 나 때문에 사고가 난 줄은 몰랐다"고 진술했다.
지난 10월에는 경남 창원에서 70대 운전자가 몰던 통근버스가 갑자기 중앙선을 넘어 신호를 기다리던 차량 3대를 잇따라 들이받아 17명의 부상자를 냈다.
6월에는 경기도 고양의 전자제품 매장 주차장에서 80대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제동장치로 착각하는 바람에 승용차가 매장으로 돌진한 일도 있었다.
고령 운전자들은 인지와 반응 속도가 늦어 돌발 상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강수철·조성근 박사가 고령 운전자 운전 특성을 연구한 결과, 돌발 상황 반응 시간이 비고령 운전자보다 2배 이상 늦은 것으로 조사됐다.
도심에서 돌발 상황이 일어날 경우 비고령 운전자의 반응 시간은 0.7초인 반면 고령 운전자는 1.4초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 운전자는 고속도로 돌발 상황에 대한 반응과 출발 반응 시간도 일반 운전자보다 17% 이상 오래 걸렸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스스로 운전대를 놓는 고령 운전자도 적지 않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병훈(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1∼2015년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한 5천801명 중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3천789명으로 전체의 65.3%에 달했다.
면허 자진 반납 고령 운전자 수는 2011년 525명에서 지난해 1천400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고령 운전자 사고를 줄이려면 시야 확보를 돕기 위한 교통표지판 글자 크기 확대, 가로수 정리, 야간사고 다발지점 가로등 설치 등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통안전교육 수강 의무화, 도로 주행 추가 시험과 교육, 음주운전 가상체험, 면허갱신 및 적성검사 강화 등 제도 정비와 차량 안전기술 장착 지원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최재성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고령 운전자 특성을 고려해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교통안전 모니터단, 고령 운전자 안전운전 증진 운동본부처럼 지역별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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