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휴가를 나온 김 모(23) 병장은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기 위해 이틀간 한 렌터카 회사에서 승용차를 한 대 빌렸다. 그런데 여행 중 식당에 차를 주차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협소한 주차공간에서 부딪혀 차량 번호판이 손상됐고, 차량 보닛에도 손상이 갔다.
그래픽=전승훈 기자 jeon@
김 병장은 렌터카 회사에 연락해 사고 발생을 신고하고 견적서를 발송해 주면 수리비를 부담하겠다고 전했다. 그런데 얼마 후 날아온 견적서를 보고 김 병장은 깜짝 놀랐다. 수리비가 무려 520만 원가량 나온 것이다.
김 병장은 렌터카 회사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회사 측은 ‘깨알’ 같은 약정서를 들이대며 운전자 과실 범위 등은 전혀 고려치 않고 수리비 전액을 내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만일 견적서대로 요금을 내지 않을 경우 관할 헌병대에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억울한 마음에 한국소비자원에 피해 신고를 했지만, 김 병장은 그 이후로 다시는 차량 대여를 하지 않기로 했다.
과도한 사고 보상 비용을 요구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해 3월 모 렌터카 회사에서 3일간 차량을 빌렸던 신 모(22) 씨. 하루 4만 원씩 3일간 대여료 12만 원과 자차보험료(1일 3만 원) 9만 원 등 21만 원의 대여료를 내고 차량을 사용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운전 중 사고가 발생해 앞 범퍼와 뒤 범퍼, 사이드미러 등이 파손됐다. 수리 견적을 받아 본 결과 183만 원의 비용이 나왔다. 렌터카 회사는 처음에는 수리비와 휴차보상료, 차량 감가상각비 등 비용 전액을 요구했다가, 신 씨가 학생인 점을 고려해 135만 원만 내라고 요구했다. 비용을 지불한 신 씨는 얼마 후 보험사에 다니는 친구로부터 면책금 30만 원, 휴차보상료 14만 원(일일 대여요금 4만 원 적용), 차량감가상각비 45만 원 등 89만 원 정도만 줘도 됐을 거라는 얘기를 듣고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신 씨는 “렌터카 회사가 제시한 비용 내역을 소비자들이 자세히 들여다볼 수 없는 폐쇄적 구조 때문에 눈 뜨고 피해를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소비자 중심의 대여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1인 가구와 여가 활동의 증가로 렌털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이와 관련한 소비자 피해 사례도 늘고 있다. 렌트 품목도 정수기나 자동차에서 안마기나 스마트폰까지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자동차, 가정용품 등 소비재 렌털시장 규모는 지난 2011년 12조2000억 원에서 올해에는 16조9000억 원으로, 3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생활용품 렌털시장만 올해 5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8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렌털시장이 가장 큰 정수기 및 자동차 대여와 관련한 소비자 피해 상담이 크게 늘고 있다. 정수기 대여와 관련한 소비자 피해 접수 건수는 2012년 171건에서 2013년에는 176건, 2014년 232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328건으로 급증했다. 자동차 대여와 관련한 상담 건수도 2012년 129건에서 2013년 131건, 2014년 219건까지 증가했다가 지난해에는 226건으로 더 늘었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9월 롯데렌탈·SK네트웍스·AJ렌터카 등 렌터카 회사들과 현대캐피탈·아주캐피탈·삼성카드 등 국내 14개 사업자가 운영해 온 자동차 임대 약관과 관련해 불공정약관을 고치도록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가 계약 중도해지로 인한 수수료 산정 시 임대 차량의 잔존가치도 포함해 높은 수수료율을 매겨 소비자들에게 바가지를 씌워 왔다고 설명했다.
렌털시장에서 규모가 가장 큰 정수기와 관련해서도 소비자 불만이 많이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유명 정수기 업체로부터 정수기 대여 계약을 체결하고 정수기를 사용하고 있던 박 모 주부는 이사하는 과정에서 정수기 업체와 다툰 기억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렌트 회사에 정수기 이전설치를 요구하자 회사 측에서는 철거비용 1만5000원과 신규 설치비용 1만5000원을 내야 한다고 했다. 이전·설치 비용이 있다는 안내를 받지 못했던 박 씨는 기분이 상해 대여 계약을 중도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자 회사 측에서는 위약금 4만 원과 최초 설치비용 10만 원, 회수비용 2만 원 등 16만 원가량의 비용을 내라고 요구해 왔다.
소비자원은 “계약 체결 당시 계약의 중도해지에 따른 철거 비용에 대해 안내를 받은 바 없기 때문에 철거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로 철거 비용 없는 계약해지를 해 주도록 렌트 회사에 권고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