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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퇴직연금, 가입만 시켜놓고 사후관리 엉망
작성자 | 불루데스크 201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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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가입만 시켜놓고 사후관리 엉망
판매사간 펀드 등 금융상품 이전 불가...인프라 갖춰야

머니투데이 | 정인지 기자 | 입력 2015.03.17 06:25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판매사간 펀드 등 금융상품 이전 불가...인프라 갖춰야]

#투자자 A씨는 퇴직연금 DC(확정기여)형 수익률이 너무 실망스러워 펀드를 교체하려 자신이 가입해 있는 퇴직연금 사업자(금융회사) 담당자에게 전화했다. 하지만 담당자는 전화로 펀드 교체는 불가능하다며 3개월 후에나 회사 방문 일정이 있으니 그 때 교체하라고 했다.

수익률이 너무 나빠 하루라도 빨리 펀드를 바꾸고 싶었던 A씨는 점심시간에 가까운 증권사 영업점을 찾았다. 그러나 영업점에서도 펀드 교체는 복잡했다. 퇴직연금은 담당 부서가 따로 있어 영업점에서도 퇴직연금부서에 전화해 펀드 교체를 요청해야 했기 때문이다. 영업점 직원이 퇴직연금 부서와 몇 번 전화하는 동안 점심시간은 끝났고 A씨는 펀드도 교체하지 못한 채 회사로 돌아와야 했다.

후에 A씨는 퇴직연금 사업자 홈페이지에서 펀드를 교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문제는 퇴직연금 사업자가 퇴직연금을 가입시키는 데만 급급했지 홈페이지 가입 절차나 이용 방법, 펀드 교체 방법에 대해선 일언반구 설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퇴직연금 DC형 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투자자들을 응대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시스템도 미비해 금융상품 이전이 불편한 것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퇴직연금 펀드 판매 가이드라인 없어...일반 펀드 취급=퇴직연금은 지난해 누적 적립금 100조원(IRP 포함)을 돌파했다. 이중 DC형은 21.7%, IRP(개인형 퇴직연금)는 7%로 투자자들이 직접 금융상품을 고르는 형태가 28.7%를 점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저금리·저성장 지속, IRP 세제혜택 확대 등으로 DC형 및 IRP계좌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직장인들만 가입할 수 있는 퇴직연금 DC형은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택한 뒤 사업자가 갖추고 있는 금융상품을 선택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근로 중인 회사에서 총 52개의 퇴직연금 사업자 가운데 2~5곳을 선택해 계약하면 직원들이 이 사업자들 내에서 퇴직연금에 가입하게 된다. 금융상품의 성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점 방문, 인터넷 신청, 퇴직연금 콜센터 문의 등을 통해 다른 금융상품으로 교체할 수 있다.

문제는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금융상품 교체 방법 등을 상세히 상담해 안내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퇴직연금 판매와 관련해 특별한 판매 규정이나 가이드라인은 없다. 투자자가 DC형에서 펀드를 선택할 경우 기존 금융투자협회에서 제시하고 있는 일반 펀드 투자권유준칙에 따라 안내하도록 돼 있다. DC형은 판매사가 제한돼 있는 등 일반 펀드와 특성이 분명히 다른 데도 별도의 안내 방식이 없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DC형 내에서 펀드를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 투자자조차 많지 않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해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퇴직연금 가입 안내 모범 기준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퇴직연금의 특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연내 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 사업자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사업자도 회사에 문의해 바꿀 수 있다.

◇다른 판매사간 상품 이동은 쉽지 않아...투자 교육도 시급=IRP는 회사가 정한 퇴직연금 사업자 외에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은퇴 후 DC형에서 보유하고 있던 금융상품을 IRP계좌로 이전하려면 IRP계좌도 사업자가 같은 편이 수월할 수 있다. DC형, IRP계좌가 아직 정착 단계다보니 사업자별로 금융상품을 공유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서다.

IRP계좌는 여러 판매사에서 중복해서 개설할 수도 있지만 퇴직연금 사업자끼리 펀드 이동은 불가능하다는 것도 유의할 점이다. 아직 사업자끼리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아 펀드 등 금융상품을 유지하면서 사업자만 변경할 수는 없다. 환매 후 다른 IRP계좌에서 금융상품에 새로 가입해야 한다. DC형 역시 사업자를 바꿀 경우 환매 및 신규 가입 절차를 거쳐야 한다.

DC형과 IRP는 가입자들의 선택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로 갈리는 만큼 투자 상품에 대한 상담도 챙겨야할 권리 중 하나다. 회사는 매년 1회 이상 DC형 가입자들에게 퇴직연금 운영상황 등을 교육하도록 돼 있다. 회사의 요청에 따라 퇴직연금 사업자 측에서 출장 강연을 나가기도 하지만 관련 우편, 메일 등도 교육으로 간주되다보니 서면으로 설명이 끝나는 경우도 많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개인의 투자책임이 큰 DC형, IRP의 경우 투자자들에게 적정한 금융교육이 이뤄진 뒤 상품을 선택하도록 해야 하는데 퇴직연금 사업에서 수익이 나는 금융회사가 많지 않다보니 교육에까지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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