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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자동갱신특약'의 공포
작성자 | 불루데스크 201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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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갱신특약'의 공포




서울에 사는 회사원 A(31)씨는 지난달 보험사로부터 뜻밖의 안내장을 받았다. 5년 전에 가입한 종신보험의 특약 보험료가 7월부터 월 1만9200원에서 6만4700원으로 337%나 치솟는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보장 내용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왜 보험료가 5년 만에 이렇게 비싸지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이번에 337% 올랐다면 다음 갱신시점엔 또 얼마나 비상식적으로 오르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 담당 설계사는 "그동안 수술비 지급이 늘어나면서 보험사 수익이 악화되는 바람에 보험료를 올리게 됐다"고 해명했다. 예상치 못하던 보험료 부담에 고민하던 A씨는 결국 보험을 해약했다.

보험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동갱신특약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자동갱신특약이란, 1~5년 후 갱신 시점에 보험료가 현재 시점의 위험률에 맞게 재산정되는 것을 말한다. 갱신 시점이 돌아올 때마다 보험료가 고무줄처럼 비싸졌다 싸졌다 한다는 얘기다. 종전에 보험사들이 판매하던 특약은 만기 시점까지 똑같은 금액의 보험료를 내는 정액형이었다. 하지만 2004년 이후 보험사들은 자동갱신특약 기능이 부가되는 보험 상품들로 바꿔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동갱신특약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접근하지 않으면 뜻밖의 보험료 폭탄으로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소비자 울리는 조삼모사(朝三暮四) 상술

자동갱신특약은 가입 초기엔 보험료가 다른 상품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비(非)갱신형특약과 비교해 보면, 보장 내용이 똑같다고 해도 월 보험료 차이는 3~4배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비갱신형특약은 처음 가입시점에서 다소 비싸게 느껴질지 몰라도 내가 내야 할 보험료는 평생 변하지 않는다. 반면 자동갱신특약은 가입 이후 3년·5년·10년·15년 등 갱신을 거듭할수록 보험료가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자동갱신특약을 판매하는 보험사들은 '갱신 시점에서 보험료가 상승하지만 물가상승률 정도 소폭만 오를 것'이라고 설명해 준다. 그러나 지난 2005년 생명보험사 중에서 가장 먼저 자동갱신특약을 도입한 ING생명 의 경우, 다음 달에 5년 갱신 주기가 돌아오는데 특약보험료 부담만 400% 가까이 늘어나는 사람도 있다. 대다수 소비자들의 자동갱신특약 보험료가 크게 오르게 되는데, 40세 남성(주가,차트) 가입자의 경우 암진단특약 보험료만 180%나 오른다.

ING생명측은 "보험료에 비해 보장금액이 높다 보니 예상치 못하게 보험금 지급이 늘어나 불가피하게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파격적인 보장 내용과 가격을 앞세워 상품을 팔았는데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회사에 유리하게끔 가격을 올려받는 건 고객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난한다.

◆1~5년마다 보험료 폭탄 가능성

자동갱신특약은 국내에 처음 도입될 당시엔 진단비나 수술비 등 한정된 보장 내용에 한해서만 적용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점차 비갱신형특약에서 자동갱신특약으로 바꾸는 보험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향후 보험금이 얼마나 지급될지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해지자, 위험의 일부를 고객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김태경 뉴욕라이프 설계사는 "은행 변동금리형 대출의 금리 변동 위험을 고객이 짊어지는 것처럼, 자동갱신특약은 가격 변동 위험을 보험사가 아닌 고객이 짊어져야 한다"며 "갱신특약에 가입한다면 갱신 시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이런 리스크(위험)를 부담하고 싶지 않다면, 비갱신형특약을 판매하는 보험사를 찾아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자동갱신특약이 무조건 소비자에게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만기 전에 계약자가 사망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정기보험'의 경우엔 보험료가 일정 기간마다 갱신되는 형태로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점점 사망률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보험료가 지속적으로 싸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반면 암은 시간이 지날수록 발생률이 올라간다. 암보험을 갱신형으로 가입하면 갱신시 보험료가 크게 오를 수 있다.

◆노인 됐을 때 경제적 부담될 수도

통상 보험사들은 자동갱신특약의 함정에 대해선 솔직하게 말해주지 않는 게 보통이다. 가령 자동갱신특약 기능이 장착된 100세 만기 장수(長壽)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엔 경제생활을 하지 않는 노년기에도 상당한 보험료를 낼 가능성이 있다. 만 20세 여성이 만기 100세인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 보험료 납입기간은 20년이라고 해도 자동갱신특약에 대한 보장을 100세까지 계속 받으려면 80년간 보험료를 매달 내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자동갱신특약과 관련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자, 지난 3월 손해보험협회는 상품 판매 전에 자동갱신특약의 장단점에 대해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고 모든 손해보험사들에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다수 소비자들은 특약이 뭔지조차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최근 뉴욕라이프가 서울과 수도권에 사는 25~54세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종신보험 가입자 중 26%는 본인이 특약에 가입한 사실을 모르거나 혹은 기억하지도 못했다.